[한강타임즈] 몇몇 파산 채무자들은 “왜 채권자집회기일에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채권자들이 무서워서 그랬다”고 말한다. 담당 재판부에 전화를 걸어 채무자가 집회기일에 나가지 않고도 면책허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는 질문을 했더니 “채무자가 법원에 출석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채무자로서 기본적인 의무는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최근 회생법원은 채무자에 대해 절차적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실상 피부에 와 닿는 혜택은 크지 않은 것 같다. 파산 재판부도 형편이 어려운 채무자를 위해 절차를 신속 종결하는 것을 희망한다는 입장이지만, 법령에 규정된 절차를 생략할 수도 없고, 대체적으로 화가 난 상태에 있는 채권자들을 대놓고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충만 법률사무소 충만 대표

특히 면책결정을 정하는 자리에서는 더욱 그렇다. 채권자들을 두려워하는 채무자들을 끝내 면책해주지 않는 이유는 ‘최소 요건 충족’에 닿아 있다. 채무자회생법은 채무자의 이행 책임을 면제하더라도 채권자의 의견을 들어본 다음에 결정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케이스에 대한 실무상 현장 분위기는 “상황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법원이 공식적으로 마련하는 집회기일에 출석도 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면책 여부를 심사한다면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파산관재인 변호사도 집회기일 출석을 거부하는 채무자에 대해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정 어렵다면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동해서라도 꼭 법원에 나가라”고 출석을 독려하고 있지만 끝끝내 채무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렇게 사건은 장기간 속행되다가 결국 면책을 불허하는 결정이 떨어지고 만다.

이와 같이 실무상 파산 면책을 거부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크게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채무자가 말없이 ‘잠수’ 타는 것이다. 채무자는 파산절차든 소명절차든 파산관재인이 요구하는 절차에 대해 적극 협조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파산관재인에게 합리적인 방향으로 재산을 처분하거나 보전할 것을 요구할 권리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와 의무를 모두 무시한 채 파산관재인의 연락을 받지 않거나 법원의 통지서를 수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설령 우여곡절 끝에 채무자와 연락이 닿더라도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파산 진행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답변만 남긴 채 전화를 끊는 경우도 허다하다.

파산 재판부는 이러한 채무자에 대해 예외 없이 면책 불허가 결정을 내리고 있다.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상태에서 면책이 불허되면 파산 신청 및 시간 비용 낭비는 물론 파산선고에 따른 신분상 불이익만 입게 된다. 차라리 신청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나 몰라라’ 하는 채무자들 때문에 파산관재인의 입장은 상당히 난처하다. 파산관재인은 법원의 위임을 받아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해관계 상충을 조화롭게 매듭짓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진정으로 안타까운 채무자를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해도 그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기 때문이다.

파산절차 신청은 일반적인 공공기관 민원 접수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민원 신청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지만, 파산절차는 일단 심사에 들어가면 철회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또 심사에 들어가기까지 들어간 시간과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결코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만약 개인 파산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자신이 끝까지 절차를 완주할 수 있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 본 다음 행동에 옮겨야 할 것이다.

최충만  news@hg-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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