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한동규 기자] 십년지기 지인을 산채로 묻어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여성이 피해자 때문에 절도범으로 몰려 재판까지 받게 됐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분당경찰서는 살인 등의 혐의를 받는 이모(55·여)씨가 살해 동기 가운데 하나로 이같이 진술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와 남편 박모(62)씨와 아들 박모(25)씨 등 일가족은 7월 14일 오후 2시25분께 강원 철원군 남편 집에서 900여m 떨어진 텃밭에 A(49)씨를 생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29일 오전 강원 철원군의 한 농지에서 생매장돼 숨진 A(49·여)씨를 수습하는 경찰. A씨는 지난 7월14일 이곳에 생매장돼 숨졌다. (사진=경기 분당경찰서 제공)

범행 당일 2시간 전에 성남시 모란시장 인근에서 A씨를 차에 태운 이씨는 수면제를 커피에 타 A씨에게 건넸다.

십년 넘게 알고 지낸 A씨의 커피 취향을 알고 보온병에 수면제를 섞은 믹스 커피를 준비했고, 범행 전날에는 아들 박씨를 시켜 차량도 빌렸다.

평소 함께 어울리던 언니 동생 사이인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지난해 6월께 이씨는 A씨의 부탁을 받고 동거남의 집에 들어가 A씨의 옷과 가방 등 소지품을 갖고 나왔다가 같은 해 8월 경찰에 절도 및 주거침입 혐의로 형사입건됐다.

집주인이었던 동거남의 신고로 경찰 조사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A씨는 "부탁한 적이 없다"고 발을 뺐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자 이씨는 수개월간 경찰서를 드나들며 조사를 받았고, 지난 1월 검찰로 송치됐다. 이후에도 이씨는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앙심이 극에 달한 이씨는 범행을 결심한다.

A씨를 땅에 묻는 등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남편 박씨는 지난 28일 오후 2시30분께 강원 철원군 자택에서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던 와중에 좁혀오는 수사망에 압박감을 느껴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 붙잡힌 이씨는 A씨가 절도범으로 몰았다는 범행 동기 외에도 A씨의 부적절한 남자 문제를 주장했으나, 신빙성은 없어 보인다"며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 계속해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씨와 아들 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30일 오전 11시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렸다.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결정된다.

한동규 기자  news@hg-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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