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김광호 기자] 우리은행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연임에 성공한 이광구 행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게 한 채용비리에 이어 차기 행장 선출을 놓고도 잡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숙원인 완전 민영화와 지주산 전환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는 것.

채용비리 파문이 우리은행에 마치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이른바 ‘나비효과’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의 채용비리는 지난달 17일 국정감사에서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난해 신입 일반행원 공채 과정에서 전 금감원 부원장보, 국정원 직원, 대학교 부총장 등 유력 인사들과 VIP 고객들로부터 채용청탁을 받아 16명을 합격시켰던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은행에 대한 비난여론은 일파만파 커졌고, 급기야 이광구 행장은 연임 8개월 만에 자진사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검찰 수사는 우리은행의 최상층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이번엔 공석이 된 행장 자리를 놓고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차기 행장 후보군에 정부와 가까운 외부출신 인사가 포함되면서 노조 측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 노조는 조직 안정을 위해 내부출신 인사가 은행장에 선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차기 행장에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올라 있다. 우리은행 노조는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과 양원근 전 예금보험공사 이사에 대해 반대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미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박 전 경남은행장의 후보 자진 사퇴를 촉구했던 노조 측은 최근 갑자기 부상한 양 전 예보 이사가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자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노조는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 로비를 점거하고 낙하산 인사 반대 및 부적격 후보들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채용비리 파문의 여파로 행장까지 사퇴하고, 또 차기 행장을 놓고 잡음이 지속되면서 우리은행의 숙원인 완전 민영화와 지주사 전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당초 예정됐던 정부의 잔여 지분 연내 매각은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을 민영화하면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29.7%를 매각하고, 현재 18.5%의 지분이 남아있다. 올해 안에 남은 지분을 매각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민영화를 진행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었지만 사실상 이는 물거품이 됐다.

채용비리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실무를 진행하던 행장마저 공석인 상황인데다 차기 행장도 결정되지 않은 작금의 상태에서는 매각작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완전 민영화가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지주사 전환 작업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민영화 이후 은행과 카드, 종합금융 등 8개 계열사 구조로 이뤄진 지주사 전환을 추진해 왔다. 특히, 내년에는 기업공개도 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현재로서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김광호 기자  news@hg-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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