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한동규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정원장들의 엇갈린 운명이 주목된다. 가장 오랜 기간 국정원장으로 재직한 이병호 전 원장만이 구속을 피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증폭하고 있다.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 3명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을 지낸 남재준, 이병호, 이병기 전 국정원장 세 명 중 이병호 원장만이 유일하게 구속을 면하게 됐다. 사진은 왼쪽부터 남재준, 이병호, 이병기 전 국정원장

법원은 이들의 검찰 조사 및 영장심사 과정에서 특활비가 청와대로 들어간 것은 인정했으나 범행 가담 정도와 적극성, 의도성 등에서 이들의 재직시 상황에 차이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3월부터 2014년 5월, 이병기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 이병호 전 원장은 2015년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국정원장을 맡았다.

이 가운데 남 전 원장은 청와대에 특활비 상납을 시작한 인물로 지목된다. 그는 전날 영장심사에서 청와대의 요구로 특활비를 건넨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 지시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병기 전 원장은 특활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그가 국정원장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옮겨진 점 등을 들어 상납금의 대가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이병기 전 원장은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에게 특활비를 준 사실도 실토했다.

반면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병호 전 원장은 재직 기간 동안 20억원이 넘는 자금을 청와대에 건네면서도 구속을 피해갔다.

이병호 전 원장은 이병기 전 원장 시절부터 이어오던 관행이라는 점을 알게 된 후 그대로 이어간 것뿐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지시로 청와대에 특활비를 건넸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특활비가 박 전 대통령의 사적인 용도로 사용될 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지시와 관련된 부분을 함구했지만, 돌연 영장 청구 과정에서 이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서 주요 혐의를 부인하다가 영장심사에서 인정하는 전략을 통해 주요 구속 사유로 꼽혔던 증거인멸 우려를 불식함으로써 구속을 피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동규 기자  news@hg-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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