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포항 지진으로 인해 2017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연기된 가운데 숙박, 공연, 의료 업체가 덩달아 울상을 짓고 있다.

수능을 치른 뒤 여행을 계획해둔 수험생들은 갑작스러운 연기 통보에 취소도 불가능해 예약금을 모두 잃어야 할 상황이지만 탓할 곳도 없다.

트위터 아이디 'FYHx******'은 "수능이 연기돼 논술 일정이 밀리면 일본 여행을 못 가게 되는데 예약 취소조차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blue*****'도 "국내 업체들이 항공편은 편의를 봐줄 수 있겠지만 현지 숙소며 예약으로 갈 수 있는 식당 등은 예약금을 고스란히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여행 업체 모두투어 관계자는 "수능 연기가 결정된 다음날인 16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약 150건의 예약 연기 및 취소 건수가 들어왔다"며 "대리점에서 추후 올라오는 것 등을 고려하면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수능 후 '변신'을 계획했던 학생들도 일정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시험이 끝난 토요일에 쌍꺼풀 수술을 계획했던 이모(18)양은 수능 연기 발표에 수술부터 미뤘다. 이양은 "6월부터 예약해두고 수능이 끝나자마자 하려고 한 건데 계획이 다 무너져 속상하다"며 "같이 예약을 잡은 친구들 중에는 그냥 강행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섣불리 (진행)했다가 일생에 한 번뿐인 시험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까봐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문화생활을 즐길 꿈에 부풀어 주말에 예매해 둔 콘서트 등 공연도 연달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종 공연의 티켓을 판매하는 인터파크 측은 "수능이 연기되고 바로 다음날인 16일 기준으로 (공연) 예약 연기 및 취소 건수는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며 "이날 취소를 요청한 사람들 중 20% 가량의 인원이 '수능 연기'를 원인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일정 변경에 따른 금전적인 손해도 크지만 무엇보다도 정신적 탈출구가 사라지며 압박감이 커졌다는 게 다수 수험생들의 호소다. 수능 당일을 앞두고 바짝 조였던 긴장감을 그대로 한 주 더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

고3 수험생 김모(18)양은 "포항의 위험한 상황 때문에 수능 시험이 연기돼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너무 놀라 소식을 듣고 한참을 울었다"면서 "바로 내일로 다가왔던 여행이며 신나게 계획한 일정들이 미뤄지고 한 주 더 수능을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페이스를 잃을까 두렵고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news@hg-times.com

<저작권자 © '내 손안에 뉴스' 한강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