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 박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강한 개혁 의지를 밝히며 선임한 서훈 국정원장이 국정원 개혁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국정원장이 약속했던 국정원 적폐청산TF가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국정원 적폐청산TF는 서훈 국정원장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적폐청산 의지를 실천한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정원 적폐청산TF는 이른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조작 사건’부터 12가지 과거 국정원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철저히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논두렁에 버려졌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에게 받았다는 명품시계 사건,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직전에 논란이 됐던 이 사건은 검찰의 이른바 언론플레이로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다.

논두렁 시계 조작 사건에 대해 국정원 적폐청산TF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3일 JTBC 뉴스룸이 보도했다. 논두렁 시계 사건 조사를 보도한 이날 JTBC화면을 갈무리했다.

권양숙 여사가 명품시계를 당시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았지만 수사가 시작되자 논두렁에 버렸다는 이 사건은 이미 알려진대로 당시 검찰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 검찰을 떠난 후인 지난 2015년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논두렁 시계는 사실이 아니며, 국정원의 여론 공작이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이 3일 오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사건에 대한 조사가 국정원 내에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없애겠다고 강조해왔고, 이미 국정원은 적폐청산 태스크포스팀(TF)을 꾸려서 열 두개의 과거 사건을 조사 대상으로 정했다. 그 중의 주요 조사대상에 ‘논두렁 시계 사건 국정원 조작’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사건 국정원 개입’이 선정된 거다.

뉴스룸은 이날 열두개 사건 가운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보도에 국정원이 관여했는지 여부는 이미 조사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대표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소환됐고, 얼마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권양숙 여사가 1억 원짜리 명품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그런 진술을 하지 않았다며 강력 부인했지만 보도의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고, 일부 보수층 지지자들은 이를 선거때마다 인터넷과 SNS상에 퍼나르면서 야당과 야당후보자들을 험담하는 여론몰이에 이용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해당 보도가 나온 과정에서 국정원이 적극 개입했는지 여부를 진상조사 할 계획이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한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은 지난 2015년 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명품시계 논두렁 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인규 전 부장은 이어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 언론에 흘렸다”면서 “국정원 개입 근거에 대해선 때가 되면 발힐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제 그 때가 된 모양이다.

당시 국정원장은 대선 개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다. 진상조사가 본격화되면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에 대한 조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하여 적폐청산 TF는 국정원 대선 부정 개입 댓글 사건으로 촉발된 청와대와 갈등으로 사퇴한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 사건도 캔다

국정원 적폐청산TF는 지난 정부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12개 사안으로 정리해 조사할 계획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정원은 조만간 이 계획들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인데, 이에 앞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개인정보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채동욱 전 총장 혼외아들 정보유출 사건은 지난 2013년 9월 조선일보가 갑자기 혼외아들이 있다는 보도를 낸 뒤 채동욱 총장이 자진 사퇴했다. 당시는 채동욱 전 총장이 이끌던 검찰이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시기였고, 채동욱 전 총장은 당시 청와대 법무부와 수사 방향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채동욱 전 총장이 청와대 지시에 따르지 않자 국정원이 채동욱 전 총장을 뒷조사한 뒤 이를 흘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이듬해 국정원 직원 송모 씨 등이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 아들 개인정보를 불법 취득했다며 기소했고 1심과 2심은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국정원 송모 씨가 왜 채동욱 전 총장의 뒤를 캤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범죄 행위는 인정됐지만 범행 동기도 배후도 나오지 않은 모호한 검찰수사와 법원 판결이라는 거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이 사건을 국정원의 명백한 검찰 수사 개입으로 보고 그 배후와 청와대 압력 여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논두렁 시계 조작 사건과 채동욱 전 총장 아들 국정원 개입 사건이 국정원 자체조사 후 검찰 수사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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