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광명성절(2.16)은 태양절(4.15)과 함께 북한에서 가장 큰 명절이다. 태양절은 김일성의 생일날이고 광명성절은 김정일 북한 前국방위원장의 생일날로 대대적인 축제행사를 가진다.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생일을 불과 3일 앞두고 이복형인 김정남을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독살 테러를 했다. 3대 세습 왕조국가에서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 유지에 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를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이 권력욕 때문에 세자로 책봉된 이방석(의안대군)과 이방번 등 이복형제들을 죽인 제1차 왕자의 난이 생각난다. 권력을 빼앗길 것을 우려해 살해한 것이다. 당시 태조는 몸이 쇠약해져 이 사실을 알고 화를 내고는 왕위를 내놓고 고향 함흥으로 간다. 함흥차사다.

한국대테러연구소장 이영진 (한양대교수)

김정은도 조선왕조실록은 읽었을 것이다. 이방원은 왕권을 차지하려고 이복형제를 살해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미 권력을 차지해놓고 더 오랫동안 유지하려고 고모부(장성택)와 이복형(김정남) 까지 죽인 사실이다. 형제의 난 잔혹성이 더해간다. 아버지 김정일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처리했을까? 조선시대에 이은 ‘궁중 잔혹사’다.

여자 공작원을 활용한 암살 테러는 북한의 전형적인 공작수법이다. 말레이시아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을 독살한 테러범도 두명의 여성 공작원이다. 그밖에도 KAL기 폭파범 김현희(1987)와 여간첩 원정화 사건(2008)이다. 혹독한 공작원 교육과정에 독침술도 있다. 여자 공작원은 타깃에 접근하기가 쉽고 상대방의 긴장감을 완화시켜 매우 효과적이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가 여성 공작원을 활용해 적대적 관계인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치조직 하마스(HAMAS)의 핵심간부인 ‘마무드 알 마부’를 목졸라 살해했다(2010). UAE(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의 호텔방에서다. 모사드의 암살납치 전담부서인 ‘키돈(Kidon)’ 소속 공작원(게일 폴리어드, 26세)이 주도했다.

북한과 모사드의 암살 테러 수법을 비교해보자. 북한은 불과 5초 만에 임무를 완수했고. 모사드는 10분이 걸렸다. 북한은 국제공항이라는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를 선택했다. 모사드는 타깃의 은밀한 호텔 방에서 전기충격기에 목을 졸라 살해하고 하루 뒤에 발견되었다. 위조여권과 가명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총으로 저격하는 수법과 다르다. 북한은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대놓고 독살 테러를 저지른다.

두 사건 모두 국제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 모사드의 암살사건(2010)도 당시 충격이었다. 북한의 암살공작은 국제공항이라는 공공장소에서 장난치듯이 꺼리낌없이 자행해 대담성을 과시한다.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단체인 IS(이슬람국가)와 테러의 잔혹성, 과감성 등 부문별 경쟁을 벌이는 것일까?

북한의 축제일인 광명성절을 앞두고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발사하고 김정남 암살 테러를 자행한다. 북핵 위협은 이미 한반도를 넘어서 세계평화를 위협해 도를 넘어섰다. 도대체 김정은이 제정신일까? 아님 최후의 ‘벼랑끝 전술’을 선택한 것일까?
세계적으로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테러다. 각국도 테러가 안보를 가장 위협한다고 한다. 미국이 북한과 테러집단을 안보위협 요인으로 지목하고 대북 선제타격 등 초강경대응을 예고한다. 테러를 막기 위해서 ‘反이민’ 행정명령이 불가피 하다며 법원 저지 판결에도 계속 강행한다. 국가안보 수호가 이유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IS가 미국 등 서방연합군의 공격으로 수세에 몰리자 무고한 민간인 대상으로 무차별적 테러를 자행한다. 2월에만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차량 및 폭탄 테러로 지나가던 행인 등 행인 60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한다. 파키스탄은 5일동안 8차례 테러로 100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한다. 북한도 점점 더 수세에 몰리면 더 극단적인 수단을 사용할 것이다.

테러의 수법이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테러 단체간에 경쟁심도 한 원인이다. 김정남 암살 테러는국제공항이라는 공공장소에서 외국인 등 수많은 사람들 한가운데서 장난 치듯이 살인한다. 그리고 ‘장난인 줄 알았어요, 장난 비디오 찍는다고 해서요’라고 답변한다. 예전에 공항에서 마약이 든 가방을 모르는 사람이 부탁하기에 선의로 가방을 운반한 것인데 범죄에 휘말린 사례다.

스파이 세계에서 살인, 납치, 저격은 있다. 대부분 뚜렷한 목표와 타깃을 정해놓고 행한다. 그중에 미인계는 치명적 무기다. 영화 ‘암살’ 도 여배우 전지현이 주인공이다. 조선 주둔군 사령관과 친일파를 암살 타깃으로 정해놓고 접근해 임무를 완수한다. 영화를 본 관객의 입장은 ‘속이 후련하다’ 며 반응한다. 아픈 역사인 식민통치에 분노한 반일감정 때문이다.

테러의 시대다. 우리 자신도 모르게 테러에 동원될 수 있다. 우리 이웃의 평범한 사람이 장난이나 사고를 가장해서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 우리사회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위험성에 대한 경고다.  테러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테러에 대처할 수가 있다. 테러의 시댕는 정부 주도 대처는 한계가 있다. 민간연구소나 시민단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영진 교수  news@hg-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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