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테니스의 여제' 마리아 샤라포바(28·러시아)가 도핑 양성 반응 사실을 시인했다. 결국 그는 '약물 오명'을 뒤집어쓰며 은퇴 기로에 서게 됐다.

샤라포바는 8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월 호주오픈 경기때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모든 것은 내 책임"이라고 인정했지만 "이런 일로 선수 생활을 중단하고 싶지 않다"며 은퇴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한 엄청난 실수로 인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고 있지만 다시 한 번 코트에 돌아오기를 희망한다"며 이번 금지약물 검출과 관련된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샤라포바는 멜도니움(Meldonium) 복용으로 국제테니스연맹(ITF)의 도핑 테스트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멜도니움은 협심증, 심근경색, 허혈증 등에 복용하는 약물로 리투아니아, 러시아 등 동유럽에서는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는 아직 받지 못했다.

멜도니움은 세포 에너지 메타볼리즘(신진대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효소군인 카르니틴 아세틸 전달효소를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국소 빈혈이나 혈류가 막힌 것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지만 한 번에 많이 섭취하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샤라포바는 마그네슘 결핍과 불규칙한 심작 박동 등 심장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 2006년부터 멜도니움을 복용해왔고,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올해부터 멜도니움을 금지 약물로 등록됐다.

그는 지난 1월26일 호주오픈 경기에서 미국의 세레나 윌리엄스와의 준준결승(8강)을 앞두고 도핑테스트를 받았다.

이후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BNP 인디언웰스 파리바오픈 불참을 선언했고, 카타르오픈에도 참가하지 못하는 등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고생 중이다.

샤라포바의 기자회견 직후 ITF는 웹사이트를 통해 오는 12일부터 샤라포바의 경기 출전이 잠정적으로 금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번 사태에 대한 징계 수위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AP통신에 따르면 샤라포바에 대한 징계 수위는 최악의 경우 몇년이 될 수도 있지만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인정되면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크레그 리디 세계반도핑기구(WADA) 회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멜도니움 복용으로 유죄가 판결된 선수는 일반적으로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샤라포바는 팔과 어깨 부상 등으로 최근 8개월 동안 대회 출전이 고작 3번에 그쳐 은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테니스연맹(RTF)은 이번 사태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샤밀 타르프셰제프 RTF 회장은 러시아 국영통신 타스를 통해 "이번 일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운동선수들은 의사와 물리치료사의 처방에 따른다"며 "어쨌든 샤라포바가 올림픽에 출전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일단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2001년 프로선수로 데뷔한 샤라포바는 2004년 17세의 나이로 윔블던에서 우승했고, 이후 4대 메이저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오픈·US오픈)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이는 테니스 100년 역사상 여자선수 중 10번째 대기록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샤라포바는 지난해 사업 등으로 2950만 달러(약 355억원)를 번 것으로 전해졌다.

황인순 기자  news@hg-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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