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의결 당시, 환경부 연구 내용과 의미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 피해자를 추가 인정한 사실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하지 않아 반쪽자리 결과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TF 조사결과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정작 외압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명은 물론, 관계자에 대한 징계 요구 등은 빠져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TF는 19일 공정위가 심의절차종료로 의결한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일부 잘못이 있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처리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과정 조사 결과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TF는 공정위가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하여 심의절차종료로 의결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추가적인 조사와 심의를 통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공정위에 권고했다.

TF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공정위 소위원회는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합의를 유선 통화로 진행했다. 유선 통화로 합의가 이뤄진 탓에 환경부가 폐 손상을 입은 2명을 가습기 살균 피해자로 추가 인정한 사실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

또 심의절차 종료 결정의 근거였던 환경부 연구의 내용과 의미에 관해서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심의절차종료는 제재를 하지 않는 점에서 무혐의와 같지만 추가로 증거가 발견되면 심의가 진행된다는 점에서는 무혐의와 다르다.

사건 심의가 전원회의가 아닌 소위원회에서 진행됐다는 점도 지적됐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위원장·부위원장과 3명의 상임위원, 4명의 비상임위원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의결 정족수 중 과반수가 찬성해야 의결이 이뤄진다. 이에 비해 사건 중요도가 덜한 경우에는 상임·비상임위원 3명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에서 다뤄진다.

당시 공정위는 공소시효가 곧 만료됨에 따라 전원회의에서 논의하지 않고 소위원회에서 심의절자 종료 결정을 내렸다.

TF 팀장으로 참여한 권오승 서울대 명예교수는 "전원회의가 아닌 소회의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한 것은 국민 안전과 관련한 이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날 TF 발표를 두고 윗선 외압 논란에 대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는 등의 지적도 나왔다. 특히 올해 국정감사에서 전원회의에서 논의하지 않고 소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리도록 종용한 사람이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압 의혹이 불거졌다.

공정위가 재심의 의견을 묵살한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공정위는 공소시효 기산일 이후인 2011년 10월 7일 이후 출생한 피해자 아동이 있다는 사실을 안 뒤, 공소시효를 연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재심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공정위 전원회의는 논의 후 재심의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문제점이 발견됐음에도 이날 TF에서는 관계자에 대한 징계 요구 등은 없었다.

권 교수는 "당시 정 위원장과 주심 위원 간에 가장 중요하게 판단했던 문제가 처분 시효가 얼마 안 남았다는 점"이라며 "전원회의로 넘기는 게 사실상 가능하지 않아서 소위로 넘긴 것으로 판단을 했는데 외압으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피해자 측 추천으로 TF에 참여한 박태현 강원대 교수도 "개별 위원 행위의 잘잘못을 가리기 보다는 공정위의 전체 결정이라고 하는 부분을 보자는 측면에서 접근을 했다"며 "재조사 등 적절한 조치를 공정위원장에게 권고해 위원장이 직접 판단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결국 관련자 징계나 제도적 보완 등의 숙제는 공정위로 넘어갔다. 이날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브리핑이 진행된 공정거래조정원을 예고 없이 방문해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재조사를 통해 조속히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공정위 전원회의의 판단에 따라서 추가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들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떄까지는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조사해 애경과 SK케미칼을 고발하는 안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애경과 SK케미칼에 대한 제재 수위는 조만간 최종 판가름이 난다.

이지연 기자  news@hg-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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