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우여곡절 끝에 최종 면책을 받은 한 채무자는 필자와의 상담에서 “파산 신청할 때 오래된 채무가 많아 실제 채권자가 누군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권자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거나, 알지 못한 채권자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며 개선을 요구하였다. 실무를 처리하다보면 충분히 공감 가는 내용이다.

채무자들이 회생·파산 절차를 진행할 때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는 것이 채권자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채권자 목록을 작성할 때 채무자들은 각 채권자로부터 부채증명원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채무를 돌려막은 경우 누가 채권자인지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알더라도 채권이 양도된 경우 일일이 찾아다니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충만 법률사무소 충만 대표

아직까진 힘들게 파산을 신청한 채무자를 위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 채무자회생법과 회생법원은 고의로 채권자를 누락하지 않는 이상 모두에게 면책의 효과가 미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채권자를 알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채권이 양도됐다는데 누구를 채권자로 지정해야 하는지 속 시원한 답변을 듣기가 쉽지 않다.

결국 채권자를 누락한 상태에서 파산 절차를 진행할 경우 뒤처리는 전부 채무자의 몫이다. 채권자 목록에서 누락된 채권 양수인이 채무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경우 채무자는 어쩔 수 없이 사건 해결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소비한다. 이번에만 잘 넘어가면 비로소 채무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잠시, 또 알지 못하는 다른 채권자가 나타나 채무자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채권자를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채무자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되풀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파산 신청을 앞두고 있는 채무자라면 채권자 목록을 작성하기 전 채권자 누락에 관한 정보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채권자를 몰라 목록에서 누락시킬 경우 법률대리인의 조언을 미리 구하라는 뜻이다. 채권자를 쉽게 알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회생법원이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래도 놓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숨은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문의하는 것이 좋다.

채무자가 숨은 채권자에게 대항하는 방법으로 보통 3가지가 있다. 숨은 채권자가 법적 조치에 착수하기 전에 면책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채권자가 금전을 지급해달라는 소를 제기했을 때 적극 응소하여 청구 기각을 구하는 것이 두 번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채권자의 강제집행 착수에 대항하여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있는데, 어떤 단계든 사전 대화를 통해 채권자 스스로 청구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

회생 파산 절차에서 면책을 받았다는 이유로 방심은 금물이다. 언제 어디서 숨은 채권자가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채무자는 항상 채권자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개인파산은 만만한 절차가 아니다. 될 대로 되라는 식의 파산신청은 부메랑이 되어 채무자 본인을 다치게 할 수 있다. 파산절차에 착수하기 전에 자신과 채권자들을 신중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충만  news@hg-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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